난데없는 이벤트는 시들시들한 나에게
활력을 찾아주었다. 며칠전까지 애매했던 주말휴가는 당일이 되어서야
확실해졌고 확실한 것이 생기자 난 “난데없는 충동족” 되었다.
(누구보다도 게으를 자신 있는 사람들도
행하고 싶은 게 확실하게 생겼을 경우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뭔가를 난데없이 잘하는데
이들을 “난데없는 충동족”이라고 부른다. 내가!)
작년에 나길동으로서 이곳 저곳을 다녀봤는데,
부족하다 부족해
대한민국엔 내가 가고싶은 곳들이 차고 넘친다..
일단 어디갈지부터 호다닥 정하고,
숙소도 빠르게 정했다.
지역 , 숙소만 정하면 나머지는 당일에 정해도 괜찮다
사실 이렇게 떠나고 싶을 때 이것저것 구애 받지 않으려고 운전 배운건데 … 한번도 내 차로 2시간 이상 운전을 해본 적이 없다.
n번의 기능시험 실패와 n번의 도로주행 실패 .. 그리고 n번의 운전연수 .. 그렇게 힘들게 땄으면허..
뭐가 그리 무서워서 장거리 운전을 피했나 .. 싶다
무서운 건 도로위 차들이 아니고, 내 운전실력이고
가끔 그리고 자주 도로위 무법자처럼 잘 다니지만 빽빽하게 도로위 차가 있을 경우엔 다른 차선으로 끼지도 못하고 .. 다른 차선으로 엄하게 꼈다가 사고날바에 돌아서가자는게 나현영의 운전 철학이랄까 .. .. 여튼 떠나기 전 제일 먼저 할 게 있었다.
에어컨 가스 충전 .. 사실 에어컨 가스는 한번 충전하면 5년안 거뜬하다던데 주인 닮아서 그런가..
자꾸 여기새고 저기새고 .. 에어컨 가스가 그리 샌단다.
(무책임한 시기를 보낸 대학생 때 학교 가려다가 경복궁으로 샌 적이 있다. 서울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야할 걸 고대로 종로 3가에서 3호선으로 갈아탔다. 학교에서 수업 받은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나도 경복궁에서 즐거운 시간 보낸 기억은 오래간다. ㅎ ㅎ 소비자학, 마케팅원론 하나도 기억 안나도! 그때 밥 다 먹고 식당에서 고대로 잠든 박모씨는 내가 두고두고 기억한다. 이렇게 에.가.충 이야기 하다가 다른 이야기로 새는 것도 나현영 전문.)
무책임이 전문인 나현영은 미련하기까지 하는데,
그 더위에 “귀찮음”하나로 에어컨 가스 충전을 미루고,
더움을 즐기며(?) 여름 한달을 버텼다.
결국 내가 더위에 지긴 했지만.. 진즉에 졌으면 좋았을 걸. 차 안에서 더위를 먹을만큼 먹었고, 사실 일요일 장거리 운전 아니었다면 미루고 미뤘을 것이다…..
귀찮음과 게으름이 미련함을 동시에 몰고 온 것이다.
돌리고 돌려 좋은 말로 인내라고 하는데..
난 인내심 좋다는 얘기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 인내심 좋단 이야기 듣고, 나 이것도 참을 수 있어! 란 오기로 .. 과장 섞어서 머리카락 태울뻔 한 적있음..) 아무튼 ! 일요일에 장거리 운전하려면 분명 차 안은 시원해야하는데, 게으른 나현영은 바로 출근하기 바빴고, 카센터는 퇴근 후에 가야겠다 싶어서 급하게 밤 9시까지 하는 곳을 찾았다. 퇴근할 쯤 혹시 몰라 확인차 전화하려고 아까 찾았던 곳을 검색했는데 차 안에서 찾아서 그런가.
내가 더위를 먹긴 먹었나보다.
내가 아까 찾았던 곳은 삼성 자동차 a/s센터가 아니고
자동차 판매하는 곳이었다 .
그 와중에 전화하면서 깨달았지뭐야..
-여보세요..? 거기 as센터가 아니죠..?
에어컨 가스 충전이 시급하다고 느낀 78번째 순간이었다.
하마터면 정말 하마터면 .. 차 한대 살뻔 했네
사실은 그게 더 좋은 해결책이었는데 .. 아쉽네
동네 카센터 , 마포구 카센터 등등 다 전화 돌려보고
7시까지 와라. 기다려주겠다 하시는 구세주같은
카센터 사장님이 계셔서 거기로 호다닥 갔다. 구세주 사장님은 에어컨 가스 충전해주시고
차 쉽게 뺄 수 있게 운전해주신다음
진짜 춥다는 듯 오바스럽게 몸을 부르르 떠시며
“아우 ~ 너무 추워” 라고 해주셨다.
추워도 얼마나 춥겠어라고 생각하며 차에 탔는데
너무 추웠음.. 나 이제 덥지않고 춥네!!
이게 뭐라고 그렇게 미련하게 더위를 참았나!
누구를 위해서 !!!!!!!
더위를 먹으면서 출근해서 지쳤던 하루하루들 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 나 진짜 미련했다.
에어컨 가스 충전 이야기 쓰다가 방전된
나는야 .. 진정한 어른이다.
왜냐면 나 ! 이틀동안
왕복 260km 운전한 멋쟁이니까 😋 난데없이 떠난 이야기는 .. 언젠가 ..
현 영 일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