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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영  일  기

30년 동반자 제거

by 나토커 2021. 12. 21.

스무살이 되고 화장을 하면 항상 주근깨를 가리기 위해 컨실러부터 얼굴에 바르고, 블러셔를 이용했다.
나처럼 주근깨 부자인 옥이가 그랬다.
화장품 가게 언니가 추천해줬는데, 주근깨 많은 사람들은 블러셔를 사용해서 주근깨를 잘 안보이게 가려주는 메이크업을 해야한다고 ㅎㅎ

하지만 내 주근깨들은 너무 오래 전에 깊이 박혀있던 애들이라 텃세가 심한건지 자기 주장이 심한건지 파운데이션을 뚫고 나오질 않나.. 컨실러와 블러셔로는 가릴 수 없었다.
내친구 박씨가
"주근깨가 파운데이션을 먹는다"라고 표현할만큼 그들은 강력했다.

주근깨 제거 여파로 시야 어두웠던 5일


그리고 오늘 그들을 제거했다!
오래 전부터 빼야지 빼야지 하다가 지난 여름
주근깨 폭탄을 맞았다.
태양빛이 강렬한 여름에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으니 주근깨가 생기고 생긴데 또 생기고..
원래 별 말씀 안하시던 엄마까지 정말 빼야겠다! 하셔서 빼야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긴건데
왠지 헛헛한 이마음... 왜그럴까.

이래서 내 방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많은가보다.
주근깨 하나 버리질 못하니..추억은 어떻게 버리나요 ..

내가 가장 어이없었던 추억 하나는 ..
(아니 정확히 말하면 쓰레기인데 쓰레기라고 표현하고 싶지않다. 내 추억이니까 ……)
방청소하다가 발견한 건데
(방청소라 쓰고 유물 발견이라 읽는다)
중학생 때 달걀빵 추억을 달걀빵 봉투에 기록해 놓은 것.🤦🏽‍♀️

구체적인 달걀빵 설명도 어이없는 부분 중 하나


흠흠 아무튼
달걀빵 메인 재료인 달걀과 같은 맨들맨들한 피부를 갖기 위해 얼굴에 있는 모든 잡티, 점을 제거하고 거울을 보는데
의사선생님이 티슈로 얼굴을 닦아주는게 피가 아니었구나. 자꾸 눈 옆으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서
눈 옆에 깊이 난 주근깨가 빠지면서 피가 흐르나?
했는데 눈물이었구나.
오랫동안 함께 했던 친구들과 이별을 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아파서였을까 ..

나는 굳이 정들지 않아야할 것들에 정이 드는 편인데 (그냥 쉽게 말해 정이 빨리 드는 것 같다)
스무살 때 시작해서 3년 동안 한 교정기에도 정이 들었다. (쓸데 없는 것에 정 붙이는 스타일)

교정기 하고 있을 때 모태 교정인 같단 소리를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 까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중학교 동창이 내 페이스북에 “현영이 아직 교정기 하고있네~”라며 글을 남겼다. 나 중학생 때 교정했었나? 내 기억도 조작할만큼 자연스러웠던 그녀의 발언.
중학교 땐 교정 안했었는데, 나 성인돼서 한건디 웃기는 친구였다.

아무튼 교정기를 떼러 간다고 했을 때에도 친구들이 이상하게 아쉬워했다.
그 틈에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쫌 아쉬워했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후회하는 부분. 뭐 아쉬움은 자유니까.
그리고 교정기 떼고 혀로 계속 이를 쓸어서 민자 이에 행복해하던 첫날 밤.
꿈을 꾸었다.
'다시 교정기 부착하는 꿈'... 느낌상으론 교정기를 다시 해서 좋아하는 꿈이었다. (왜 그랬을까...어리석다)

그리고 정을 빨리 떼지 못하는 자가
또 .. 꿔버렸다 꿈을.
주근깨가 다시 돋아나는 꿈. 이건 악몽이 맞긴 했다.
돈을 들였는데 효과가 없었던 거니까.

꿈은 꿈일뿐 주근깨는 사라졌다.
완벽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주근깨 우두머리들은
어느정도 처리가 된듯하다.
이 주근깨들을 처리하기 위해 들인 돈..과
씻지 못하고 버텼던 나날들..
(사실 어쩔 수 없이 씻지 못한 날들이 편하긴 했었다.
씻지않는 것에 타격감 제로)
씻지못한 몰골과 얼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흉측한 재생 테이프 보이면
다른 사람들 입맛 떨어질까봐 모자 밑으로 숨었던
순간 순간들이 스쳐지나간다… 쓰읍..

그리고 방 안에 있는 요상한 추억들도 정리를 해야하는데 아직 엄두가 나질 않는다 …. 😭
추억은.. 추억들은 나를 성장시키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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