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덕수궁쪽도 서촌, 을지로와 같이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동네이다.
돌담길이 어울리고, 꼭 동네엔 중절모 쓴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누군가 바둑두는 걸 구경하고.
가슴 깊은 곳부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길거리 버스킹도 있고.
색 바랜 식당 간판들에선 50년째 한결같은 손맛으로 며느리도 딸도 아들도 모르는 비법을 가진 찐 맛집일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그 근처에 내가 예전부터 눈 여겨보던 카페가 있다.
커피 앤 시가렛.
어쩜 이름도 낭만 있어 … 그냥 커피와 담배일뿐인데.
모든게 낭만 투성이다.
덕수궁의 낭만있는 동네를 약간 벗어나
현대사회가 많이 묻어져있는 곳으로 가다보면
스타벅스가 나오고, 폴바셋이 나온다.
그리고 도착이다.
(난 프랜차이즈는 싫다고 말하지만 (삐빅 허세입니다)
노트북 갖고 일하기 제일 편한 곳은 스벅이다.
동네 스벅 애용중 ㅎㅎ)
낭만과 힙과 감성이라곤 하나도 없을 것만 같은
자본주의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건물 17층에
내 심장을 뛰게하는 이름부터 힙한 이 카페가 있다. (얼마나 딱딱한 건물이냐면 1층에 경비아저씨도 계신다)
12시 30분 쫌 넘어서 갔는데 창가 자리는 모두 full.
그래도 공간이 넓어서 좌석은 많다.
17층 답게 도시 전경이 보이는데 난 자세히 못봤다
창가가 아니라.. 산도 보이고 뭐.. 좋겠지..
창가자리에 앉은 분들 부러워 곁눈질로 자리가 비나 보았는데 짐 옮기는 것도 요란스러워서 패스했다.
카페뷰는 아.. 다음에 올 땐 오픈시간에 맞춰서 와서 창가자리 차지해야겠다! 라고 도전정신드는 뷰였다.
아침도 못먹고 출출해서 베이글을 시켰는데
맛있다. 견과류, 베이컨, 약간의 매움이 조화롭다.
생크림 어쩌고 요거트도 있는데 요것도 맛있어 보였고..
음료엔 보드카가 들어가거나 다른 알콜이 같이 들어간 신기한 음료메뉴가 많았는데 연극을 봐야하니
일단 패스했다. 대신 힙한 카페 가면 먹는.. 비엔나 커피를 시켰는데 꾸덕한 크림이 많이 달지도 않고 좋았다.
사실 요즘 인스타 감성의 카페들은
의자가 불편하거나 공간이 협소한 곳들이 많은데
공간도 넓고 의자도 편하고, 짐을 놓을 수 있는 간이 의자까지 놓여있다.
이름에 걸맞게 담배도 판다는데 난 담배는 못보고
라이터 파는 건 보았다. 사실 라이터말고 이것저것 많은 걸 팔았는데 난 안다.
수많은 여행지와 소품샵에서 산 것들이 내 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을..
그래도 라이터는 살 걸 그랬나? 공간차지도 않알테고..
갖고다니다보면 바닷가 놀러가서 불꽃놀이나.. 누군가의 생일 때 케이크 초가 갑자기 꺼져 당황했을 때나
정전 됐을 때나 … 초 켜고 진실게임 할 때나
오징어 구워먹을 때나 등등 .. 필요한 순간들이 많았을 것 같기도 한데….🔥